난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책이 주는 간접적인 경험은 직접적인 경험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나를 성장시킨다고 믿는다. 그런 맥락에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이번에 '인스파이어드' 를 읽게 된 계기도 그렇다. 같이 일하는 동료분들이 IT 제품을 만드는 메이커라면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고 강력하게 추천해주셔서 이번 기회에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현재 내가 소속되어 있는 팀과 비교해가면서 읽는 맛이 아주 쏠쏠했다. 이 책의 내용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우리 팀은 자연스럽게 이 책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그 중 몇 가지를 예를 들어보려고 한다.
OKR 책의 저자로 유명한 벤처 캐피털리스트 존 도어(John Doerr) 가 한 말이다. 용병은 주어진 임무만 수행하지만, 미션팀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리 팀도 Squad 단위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다. 각 Squad 마다 다양한 고객의 문제중 일부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다. 미션팀이 가지는 책임감과 전문성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성공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미션팀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에서 '제품 발견' 에 대해 설명할 때 나오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이 말에 너무 공감이 되었다. IT 제품을 만들 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제품이 살아있다라는 느낌을 고객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다. 죽어있는 것 같은 제품만큼 쓰기 싫은 제품은 없다. 우리 팀은 이런 측면에서 정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기능을 업데이트 하면서 제품의 퀄리티도 놓치지 않는다. 아직 모든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클로즈베타 상태이지만, 빠르게 업데이트 되는 제품을 보면서 언젠간 자신들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신뢰가 생긴 고객사도 있었다. 이러한 실행력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이 책에서 참조고객(Reference Customer) 의 힘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참조 고객은 아래 설명과 같다.
실제 고객으로(가족, 지인이 아닌),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며(시험용이나 프로토타입이 아닌), 실제 돈을 내고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며(선물로 주고 사용을 유도한 고객이 아닌), 당신의 제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자발적이고, 진정으로)
이러한 참조고객의 설명을 읽으면서 우리 팀의 참조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객사들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제품 랜딩페이지 에서 언급되고 있는 고객사들이 바로 우리팀의 참조고객들이다. 제품이 처음 출시했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가장 우리 팀의 제품을 열심히 사용해주는 유료고객사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참조고객들이 요청하는 모든 기능을 넣으려고 해선 안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참조고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팀도 다행히 그렇게 접근하고 있다. 고객의 요청을 무조건 다 들어주는 솔루션은 우리가 바라는 제품의 모습이 아니다. 고객이 진정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쉽고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제품의 모습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정기적으로 고객 인터뷰 일정을 잡으라는 조언을 한다. 이 부분은 우리 팀이 제품 초기에는 UT 라는 이름으로 많은 고객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정기적으로 고객 인터뷰를 하지는 않고 있다. 대신 제품에 메신저 기능을 추가해 바로 고객의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컨설턴트 분들이 계속 고객사들을 꼼꼼히 케어해주고 계신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고객 인터뷰는 우리 팀에서 말하는 UT 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정기적인 고객 인터뷰가 현재 우리 제품 단계에서 필요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만약 필요하다면 제안을 해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가 우리 팀에 놀러온다면 '음... 내 말 대로 잘 하고 있군! 👍' 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만큼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우리 팀의 문화가 많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뿌듯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가는 구절이 많았다.
"만들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 아니라면 엔지니어 팀이 얼마나 훌륭한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
"첫 번째 진실은, 당신의 아이디어 중 최소 절반 이상은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솔루션이 아니라 문제와 사랑에 빠져라"
"많은 사용자에게 유효한 단 하나의 솔루션이어야 한다."
이런 구절들을 계속 명심해서 지금 내가 집중하고 있는 이 제품을 고객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확실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은 대부분 나에게도 잘 맞는 것 같다. IT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메이커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하는 책 맞는 것 같다.